학습 가이드 · 발음
영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원칙 (그리고 한계)
한글로머지는 12만 개 영어 단어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합니다. 그런데 "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는 게 맞는 방법인가요?"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. 결론부터 말하면 — 완벽하지 않지만, 시작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. 이 글에서는 저희가 발음을 표기하는 원칙과, 한글이 담지 못하는 소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.
표기의 기준: 사전의 발음 데이터
한글로머지의 한글 표기는 느낌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, 미국 카네기멜런 대학이 만든 발음 사전(CMU Pronouncing Dictionary)의 음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리 하나하나를 규칙에 따라 한글로 변환한 것입니다. 예를 들어merge는 /M ER JH/라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고, 이를 규칙에 따라 변환하면 [머지]가 됩니다. 같은 규칙이 12만 단어에 일관되게 적용되기 때문에, 표기를 읽는 감각이 쌓이면 처음 보는 단어도 비슷하게 추측할 수 있게 됩니다.
한글이 잘 담아내는 소리
다행히 영어 소리의 상당수는 한글로 꽤 정확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.banana [버내너], coffee [커피], hello [헬로] 같은 단어는 한글 표기만 읽어도 원어민이 알아듣는 수준에 가깝습니다. 특히 한국어에도 있는 소리(ㅁ, ㄴ, ㅅ, ㅎ 계열과 대부분의 모음)는 거의 손실 없이 표기됩니다.
한글이 담지 못하는 소리 5가지
문제는 한국어에 없는 소리입니다. 한글로머지의 표기를 읽을 때, 아래 다섯 가지만 기억하면 표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요.
- F와 P — 둘 다 [ㅍ]로 적히지만 완전히 다른 소리입니다. fan[팬]은 윗니를 아랫입술에 대고 바람을 내보내는 소리, pan[팬]은 입술을 붙였다 터뜨리는 소리예요. 표기가 같은 [팬] 이어도 발음 듣기 버튼으로 꼭 차이를 확인하세요.
- R과 L — 둘 다 [ㄹ]로 적힙니다. rice[라이스]는 혀를 입천장에 대지 않고 뒤로 말고, lice[라이스]는 혀끝을 윗니 뒤에 붙입니다. 한국인이 가장 오래 고생하는 구분이니, 표기보다 소리로 기억하세요.
- TH — thank는 [쌩크]로 적지만 실제로는 ㅆ이 아니라 혀끝을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살짝 물고 내는 소리입니다. [ㅆ]나 [ㄸ]로 적힌 단어 중 원래 철자가 th라면 이 소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.
- V와 B — very[베리]와 berry[베리]도 표기가 같습니다. V는 F와 같은 입모양에서 성대를 울리는 소리예요.
- Z — zoo[주]의 Z는 [ㅈ]로 적히지만, 벌이 윙윙거리듯 성대를 울리는 소리입니다.
강세: 한글 표기가 알려주지 못하는 것
영어는 강세 언어라서, 소리가 맞아도 강세 위치가 틀리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습니다. banana[버내너]는 가운데 "내"를 길고 세게 읽어야 해요. 한글 표기를 읽을 때는 반드시 발음 듣기와 함께 확인하면서 어디를 세게 읽는지를 같이 기억하는 습관을 들이세요.
한글 표기, 이렇게 활용하세요
- 1단계 — 처음 보는 단어는 한글 표기로 일단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. "아예 못 읽는 상태"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입니다.
- 2단계 — 발음 듣기 버튼(미국식/영국식)으로 실제 소리를 듣고, 표기와 다른 부분(F/V/R/L/TH, 강세)을 확인합니다.
- 3단계 — 익숙해지면 발음기호(IPA)도 함께 보세요. 단어 페이지에 IPA가 같이 표기되어 있습니다. 자세한 로드맵은 발음기호 vs 한글 표기 가이드에 정리했어요.
한글 표기는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. 발음기호가 낯설어 시작조차 못 하던 사람이 일단 소리 내어 읽게 만드는 것 — 그게 한글로머지가 표기를 다는 이유입니다.